삼면경! (Voice Drama)

리즈키

흐음~. 마지막 심문이라 이거야, 좋아~. (설렁설렁 심문실로 들어오며.)




에스

자리에 앉아라.




리즈키

(자리에 앉는다.)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물어보고 싶은 게 뭘까나~. 뭐든 대답해줄게! 그치만 그 전에··· 나 먼저 질문♡ 간수님, 맨 처음에 나 용서한다고 했잖아? 근데 왜 이번엔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 거야~?




에스

···허. 여전히 피곤해 리즈키, 넌. ···그저 심경의 변화, 그 뿐 아니겠나? 너와 심문을 진행하며 알게 된 사실도 늘었고 말이지. 그럼 나도 질문하지. 여전히 나에게 말하지 않은 거, 남아 있나?




리즈키

아하하~. 웃기네, 그거. 고작 그런 걸로 나를 뭐, 얌전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봐~? 말하지 않은 거라, 뭐 있기야 하지만··· 전부 '겉치레'일 뿐인데, 괜찮겠어~?




에스

쯧. 애초에 그런 기대조차 없었다. 뭐, 네가 말하고 싶으면 말해라. 아니라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도 좋으니.




리즈키

나에 대한 간수님이 생각이 좀 달라졌다고 하니까, 뭐라도 얘기해 볼까~. 그냥 뭐, 저번에 말했던··· 그거 있잖아? 대체품 같은 거. 그런 이야기일 뿐이야. 미봉책이고, 썩은 이빨과도 같은. 음~. 그냥 대놓고 얘기하자면, 난 상냥한 부모님이랑, 넉넉한 가정, 예쁜 얼굴, 좋은 성적, 좋은 대학교···뭐 많은 걸 가졌다는 말씀!




에스

···음, 미봉책이라. 굉장히 스스로에 대해 자신만만하군. 그렇게 모든 걸 가졌기에 살인을 저지른 건가? 난 아직도 네 살인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혹시라도 틀렸다면 양해 부탁한다.




리즈키

모든 걸 가졌기에, 살인? (정적.) 아하하~. 간수님, 간수님은 저게 정말 다 가진 거라고 생각해?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난 오히려 간수님 쪽이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 걸~. (두 손바닥을 비스듬하게 펼쳐 보이며.) 나를 다른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는 건지. 필요한 사람으로 보는 건지. 우수한 사람으로 보는 건지~? 뭐 그런 것들.




에스

···그런가. 뭐 가졌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거겠지. 일단 나에게는, 넌 모든 걸 가진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나에겐 없기에 그랬던 걸까, 아무튼. (···?) 딱히, 난 널 죄수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보지 않는다만. 질문의 의도가 뭐지?




리즈키

글쎄~. 내 부모님은 분명 상냥한 사람이었어. 근데 힘들 때 의지가 될 만큼은 아니었지! 예쁘다고 고백도 많이 받았어, 근데 말이지··· 걔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더라! 성적, 뭐 좋기야 좋았지. 딱 거기서 그친 느낌인가~. 그래서 말이야, 나는 필요한 게 아직도 엄청 많아~. 아차, 이건 날 재미있게 해줬으니까, 비밀을 조금 풀어본 거에 불과해♡ 그러니까 착각하지 마~! 죄수로만 본다, 그거구나~. 내 질문의 의도 말이지~? ···내, 힘이. (중얼.) 아니, 이게 아니고~. 그냥 딱히 필요가 없었나 해서~! 간수님은 이런 유능한 인재를 그저 죄수로만 보는구나~!




에스

···그러니까. 말 그대로 겉치레일 뿐이군. 단단하고 화려한 껍데기에, 알맹이가 없는 상태에 가까운 걸까. ···어어, 그래라. 그래. 넌 밝아 보이는 모습에 스스로를 숨기는 걸 좀 그만했으면 하는데. 뭐, 그리고 내가 널 유능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리즈키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 게 내 주변에 너무 많았어, 전부 필요없는 예쁜 쓰레기일 뿐인데~. 교수님을 죽인 것도 똑같아♡ 「죽인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로만 떠드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짜증나지 않아~? 에이~ 딱히 숨기지 않았는데~? 정확히는, 밝은 건 아니지만 어두운 것도 아니지. 누구나 이 정도는 하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간수님, 아니지. 「당신」이 나를 유능하게 보지 못하는 것만큼은, 살짝 안타까운 일이네.




에스

그런 거짓된 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가? 잘 이해는 안 되지만, 그게 살해 동기라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그건 내 오해일지도 모르겠군. 미안하다 리즈키. ···뭐 내가 널 유능하게 봐주길 바라는 건가? 딱히 널 인재고 뭐고, 유능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아서 미안하군. 너란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게 더 나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만. 주책이군 나도.




리즈키

그래 그래,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교수 때문에 너무나 억울해서 견딜 수 없다는 애들이 많았어~! 교수를 죽이면 모두가 좋아하잖아? 아무도 불행해지지 않아~. 행동으로 옮기는 착실한 나 덕분에♡ ···나라는 사람 자체? 아하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은 모르잖아?




에스

교수라는 사람이 너흴 힘들게 했고, 다수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건가. 일말의 후회도 보이지 않는군. 그래. 난 리즈키 네가 누군지,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그럴 뿐인데 말이지. 네가 유능한지, 무능한지 딱히 파악할 생각은 없다는 건 좀 알아뒀으면 좋겠군.




리즈키

다수의 행복···오랜만에 듣는 표현이네, 그래~! 그런 거야. 공리, 필요하잖아? 나는 대체품 같은 게 아니야. 대체품이 되지 않아. 그런 의미에서···. '뭘 하는 사람'인지를 따졌을 때 내가 '유능해질 필요가 있는 사람'이었을 뿐이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래~?




에스

···어어, 그렇군. 그럼 넌 어째서 유능해야만 하지? 모든 사람이 모든 곳에 필요하기만 할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




리즈키

흐음~. (손가락으로 머리를 배배 꼬며.) 공산주의 국가가 망하는 이유와 비슷해~.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면 구멍이 난 양말처럼, 썩은 이빨처럼 되는 거야. 말했잖아, 우리는 끝없이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에스

결국 경쟁 사회가 만들어 낸, 일종의 비극인가. 그야말로 난제군. ···내가 네 수준으로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뭐, 그럼 네 살인말고 따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나?




리즈키

뭐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근데, 나는 그다지 비극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필요하다는 건, 좋은 거잖아~? 필요없는 것들은, 더 이상 없어도 된단 말이지. 하고 싶은 이야기라~. 글쎄~. 뭐어, 학교 썰이라도 풀어볼까?♡




에스

신겐과 꽤 유사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 거 같네. 왜 이렇게 필요함에 집착하는지. (쯧.) 그래. 그거라도 들어보지.




리즈키

신겐? 아 그 주황색 머리 남자 말인가~. 그런 사람이랑 비교하지 말아줄래? 필요 없거든, 그런 사람. ···흐음~. 학교 썰, 뭐가 있으려나~. 어찌저찌 사귀었던 다른 과 애랑 헤어진 거~? 널리고 널렸던 얕은 친구들~?




에스

별로 사이가 좋아보이진 않는군. ···정말 시덥잖은 이야기네.




[ 심문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




에스

뭐, 마지막으로 내게 남기고 싶은 말 있나?




리즈키

아하하~. 티는 안 냈지만··· 하는 행동들이 좀 우습잖아? 대체 어떤 부분을 보고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썩 기분이 좋지는 않거든~. 닮지도 않았고 말이야. 흐음~. 뭐어,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끼도록 할게♡




에스

무슨 일이라도 정말 있었던 건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텐데 말이지. 정 그렇다면, 죄수번호 1번, 요코미야 리즈키. 네 죄를 노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