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 아머! (Voice Drama)

리즈키

야호~! 간수님♡ 내가 왔어~! 내가 또 왔다구♡




에스

···벌써 피곤하군. 일단 어서와라 요코미야. 그동안 잘 지냈나?




리즈키

뭐어~ 나름대로~? 뿅망치도 실컷 두들겼고, 재미있었어~! 감옥이란 거, 의외로 그렇게 나쁘기만 한 곳은 아니구나~?




에스

굉장히 잘 지낸 거 같아 보이는군. 나쁠 건 없다만. 요코미야. 넌 1심에서 용서받았다. 소감 있나? 심경의 변화라던가 말이다.




리즈키

글쎄~! 솔직히 난 용서할 만 하지 않았나? 간수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날 용서해준 걸테고~! 예상했던 결과라 딱히 엄청 큰 심경의 변화는 없어♡




에스

용서받은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게 웃기군.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결과라는 건 좀 알아두도록 해라. 그럼 저번에 말해주기로 했던 거 말이다. 말할 생각 있나?




리즈키

음~ 저번에 말해주기로 했던 거~? 뭐더라~? 죽인 이유였던가! (갸웃.) 흠~. 저기 간수님, 간수님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야?




에스

···요코미야, 넌 참 피곤해. (한숨.) 그래, 그거 맞다.  나 말인가? 그 어이없는 질문의 의도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만. 일단 난, 간수로서 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네가 원하는 답이 맞나?




리즈키

흐으음~ (묘한 눈빛!) 그렇구나~! 뭐 그거라면, 됐어~! 내가 원하는 답이었어, 완전♡




에스

그렇군. 그럼 말해주겠나? 이유 말이다.




리즈키

뭐랄까, 나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거든~!♡




에스

그렇다면 그 교수는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네가 죽였다, 라는 뜻인가?




리즈키

그런 셈이지~!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울 만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에스

뭐, 그래. 지금의 네 말을 들어보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뿐이라고 생각된다만. 너는 무슨 인재이길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판단한 거지? 요코미야, 네가 그렇게 유능한가?




리즈키

내가 어떤 인재냐고 물어봤겠다~! 간수님, 큰일 났네! 나는 말이지, 학창시절 내내 전교 1등! 도쿄대 진학까지~! 안 해본 게 없거든, 솔직히 내 또래 중에 나만큼 경험 풍부하고 똑똑한 사람이 있긴 할까~?




에스

굉장히 자신감이 넘치는군. 일단, 네가 똑똑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내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보는데 말이지.




리즈키

흐음~! 물론 나는 똑똑한 학생이지만은♡ 아무리 그래도 교수가 학생만도 못해서야 되겠어~? 그런 게 말이 되냐구~. 간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 뿐이야♡




에스

그러니 정말로 그저 네가 그 교수보다 똑똑해서 죽였을 뿐이다,라는 건가? 네 입으로 똑똑하다면서 참 바보같은 짓을 했군.




리즈키

에이~. 그런 걸로 내가 교수님을 죽였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거였으면 내가 죽여야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 걸~. 지나친 무지는 죄라지만, 그래도 똑똑하지 않은 게 죄인 건 아니니까~!




에스

일단 알겠다. 다만 모순적이야. 요코미야,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 네 교수를 죽인 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나?




리즈키

아하하~. 간수님, 그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 내가 왜 감옥에 오는 일을 무릅쓰고 교수님을 죽였을 거라 생각해~?




에스

그럼 그 가치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리즈키

모두가 좋아하니까 됐잖아?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을 지우고, 주목도 받고, 이득되는 일밖에 없는 걸? 간수님, 세상에는 죽는 편이 나은 사람도 존재하는 거야~!




에스

사람의 생명에 우열을 가리는 걸 보니, 아무리 똑똑한들 무슨 소용인지, 참··· 근데 네 살인으로 이득을 본 사람들은 누구지? 뭐 같은 대학교 학생들인가?




리즈키

에이, 간수님♡ 원래 사람이라는 건 우열을 가리고, 등수를 매기면서 끊임없이 경쟁하는 존재야! 뭐어~ 이득이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에스

···바깥은 영원한 경쟁 속의 사회인가. 그럼, 요코미야. 그 교수 외의 사람을 죽이거나 하진 않았나? 다른 범죄 사실이 있냐고, 물어보는 거다.




리즈키

그래그래, 맞아! 경쟁 사회.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은 경쟁으로 부흥하고, 경쟁으로 파멸하니까~! 그리고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나 제법 신중한 타입이라구~?




에스

그렇군. 그러고보니 요코미야. 그래서 네 교수가 네게 한 짓은 뭐지? 아까 인재를 알아보지 못해서···는 알겠다만, 꽤 빈약하단 말이지.




리즈키

뭐라고 이야기하는 게 가장 빠를까~. 음, 이거다! 미봉책이라는 말이 있잖아~? 간수님은 말이지, 양말에 구멍이 나면 그걸 기워서 사용하는 타입이야, 아니면, 새 양말을 사는 타입이야~? 설마 바보같이 전자를 고르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거야. 그저 헤진 양말을 기워서 사용하고 싶지 않은 거라구. 양말이야 세상에 많고 많잖아~! 아이, 내 말이 살짝 어려웠나~?! 그러니까, 대체할 수 있다는 거야♡




에스

답할 틈도 안 주는군. 넌 정말 인간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는 거 같아. 무슨 소모품처럼 말하는지. 요코미야 넌, 인간을 뭐라고 생각하나? 벌레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 같다만.




리즈키

설마~! 나는 인간은 그냥, 인간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보통 소모품이라는 건 쓰면 쓸수록 없어지는 거잖아~? 그치만 인간은 그렇지 않아~! 무궁무진한 힘을 내고, 정말 똑똑한 생명체지~.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망가진 것들은 있어~! 그러니까, 소모보다는 대체라는 말이 옳겠지♡ 그럼, 간수님은 양말을 기워 신는 타입~? 아하하~. 굳이 그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해~?




에스

대체라는 건가. 아무튼 네가 인간을 보는 관점이, …어쩌면 자본주의란 이런 거였을까 싶군. 뭐, 굳이 대체할 필요가 있나? 인간은 발전할 수 있는데 말이다. 모두가 너와 같은 속도이길 바라지 말았으면 좋겠군.




[ 심문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




에스

슬슬 끝내야겠군. 할 말은 다 했나?




리즈키

흐음~. (묘한 표정으로 잠자코 듣더니.) 뭐어, 딱히~? 할 말은 없는 것 같아~.




에스

그래, 그럼. 죄수번호 1번 요코미야 리즈키, 네 죄를 노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