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스타카토 (Voice Drama)

타네

안녕하세요, 간수님. (꾸벅.)




에스

아아, 나츠키 씨. 오셨나요?




타네

네, 여기선 뭘 하는 건가요?




에스

말 그대로 심문이랄까요. 이것저것 질문하면, 대답해 주시면 돼요.




타네

알겠어요.




에스

네에. 우선··· 죄수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타네

죄수들과의 관계요? 좋은지 안 좋은지를 물어보신다면··· 전혀요. 친한 분이 없어요. 저는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요.




에스

그런가요.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다니, 왜죠?




타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저는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니까요. 누구든 저를 좋아할 리 없으니까요.




에스

왜요?




타네

이유가 필요한가요? 저도 저를 잘 모르는데. 남이 저를 알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확한 이유는 저도 몰라요.




에스

···스스로를 모른다? 그렇군요. 그렇다면···우선 이름과 성별, 나이를 밝혀 주세요.




타네

나츠키 타네, 여성이고요. 나이는··· 20살, 아니면 21살, 아니면 22살, 그것도 아니면 23살, 24살일 수도 있고요. 뭐 여차하면 24살이나 25살이라고 해도 돼요. 26살인 경우도 있었고, 27살일 수도 있어요. 28살이나 29살은 조금 많네요. 그냥 아무렇게나 생각해주세요.




에스

네에······? 자신도, 나이를 모르는 건가요?




타네

···정확히는, 세는 걸 잊었어요.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에스

으음··· 세는 걸 잊었다, 라니··· 뭐, 그럴 수도 있으려나요.




타네

그럴 수도 있는 건가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기 때문이에요. 간수님은 별나시군요. 물어보는 건 이게 전부인가요? ···저 나가도 되나요?




에스

별난가요? 아하하. 나츠키 씨를, 최대한 이해하고 싶어서요··· 으음? 아뇨, 아직이요. 혹시 이 자리가 불편한가요?




타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저를요? 저를···이해···해···요? 간수님, 저를, 저를 이해해요? 이해하고···싶다고요? 저를요? 안돼요 간수님. 저를 이해하면 안돼요.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러면 안돼요. 저를, 이해?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이해할 리가. 이해라니, 이해, ···이, 해···. 하, 아하하. 하아, 하하하하하하. 간수님이, 저를, 이해···이, 이해···. 이해하면, 안 되는데···. 하, 아, 하하하.




에스

잠시만요, 나츠키 씨. 우선 진정···하는 건 어떤가요?




타네

죄송해요, 간수님. 살짝 안 좋은 게 떠올라서요. 딱히 불편한 건 ···아니에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최대한 열심히 대답할게요.




에스

···안 좋은 거? 그게 뭐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타네

···지금은 괜찮아요. 안 좋은 거, 그냥···이것저것 다요. 이것저것 다, 안 좋았어요.




에스

···이것저것 다···? 당신은 이곳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나요?




타네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별 대단한 삶은 아니었어요. 그냥,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죠. 저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예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죠.




에스

아무것도 없다···? 이해가 되게 말해주실래요··· 아하하.




타네

그냥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제가요. 그래서 아무것도 없었던 거죠. 그것뿐이에요.




에스

···어렵네요.




타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에스

···가족관계는 어땠어요?




타네

가족관계요? 엄마가 있었어요. 지금은 없지만요. 아빠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오빠도 한 명 있었는데, 지금은 없고요. 여동생이 한 명 있었던 것 같기도. 지금은 없어요.




에스

없어요···? 이제 죽었다는 건가요.




타네

꼭 그런 의미는 아니고요, 그냥···없는 것 같아요.




에스

죄송하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타네

오히려 그런 편이 저는 나으니까요.




에스

그런가요? 그럼···나츠키 씨는 누구를 죽였죠?




타네

그냥 아무나요. 얼굴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고, 아예 모르는 사람도 섞여 있을 거예요. 네.




에스

네에? ···살인 동기는요?




타네

저를 비웃었어요. 그 사람들은요. 저를, 비웃었어요. 비웃었고, 비웃었어요.




에스

비웃었다? 왜죠?




타네

···이유 같은 거 없어요. 잘 몰라요. 눈에 들어오는 대로 죄다 죽였으니까, 비웃는 이유 같은 거, 알 턱이 없어요.




에스

···눈에 들어오는대로 다 죽였다? 그게··· 맞나요.




타네

네, 맞아요.




에스

···이해할 수 없어요···.




타네

그게 맞아요. 그래야만 하죠. 저는··· 쓰레기, 같은 거니까요.




에스

···그렇게 쉽게 스스로를 비하하지 마세요.




타네

아뇨, 저는 쓰레기가 맞아요. 그래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쓰레기가 되려고, 쓰레기가 되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쓰레기가 맞아요. 더러운 쓰레기가. 그 사람들이 저를 비웃은 것도, 아마 제가 쓰레기이기 때문이겠죠.




에스

쓰레기가 되려고 했다? ···영문을 모르겠는 말만 하시네요. 그러면··· 당신은, 어떤 판결을 희망하시나요?




타네

판결, 이요? 아···. 용서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둘 중 하나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간수님, 부탁이에요. 절 용서하지 말아주세요. 부탁이에요. 저를 용서하면 안돼요. 제가 용서받게 된다면, 정말 큰일이 날 거예요. 돌이킬 수 없을 거예요. 용서는 정말 싫어요.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울 거예요.




에스

······용서하면 안 된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알겠어요. 하아···.




타네

네, 부디 그렇게 해주세요. 약속이라고 믿을게요. 저, 믿어버릴 거예요.




에스

···믿지는 말아줘요. 제가 무슨 판결을 내릴지는, 저도 모르니···.




타네

···그런가요. 그래도요. 그렇게 믿지 않으면 정신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요.




에스

···그렇다면. 부디 편한 대로 해주세요.




타네

네, ···더 물어보실 건 없으신가요?




에스

아, 그건···.




[ 심문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




에스

아쉽게도, 오늘은 끝인가 보네요.




타네

그렇군요. ···이제 뭘 하면 되는··· 건가요? 그냥 나가면 될까요?




에스

아뇨. 심상 추출, 이란 걸 할 거예요. 아프지는 않아요.




타네

···네, 뭔가 좋아보이지는 않지만···해볼게요.




에스

좋아요. 그렇다면 죄수번호 006 나츠키 타네, 당신의 죄를 노래하세요.

이명은,

전생에서 소중히 여기던 사람의 죽음을 고하는 소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귀에 익은 소리였다.

─ 세상을 사랑한 어느 재앙의 회고록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