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 현상의 안티 바이러스 (Voice Drama)

타네

안녕하세요, 간수님, 또 뵙네요. (꾸벅.)




에스

아아, 나츠키 씨. 반가워요~




타네

(자리에 앉고.) 네, 이번엔 뭘 물어보시는 건가요?




에스

흐음···. 우선, 제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타네

토모야 씨, 아니, 토모야 씨랑 닮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어요. 전혀 못 알아볼 만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지만, 만족해요. 그 외에는, 잘 모르겠네요. 다들 판결 때문에 혼란스러운가 봐요.




에스

아아, 그 분···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게 만족···할 만한 일인가요? ···그렇군요. 하긴, 당장 사카네 씨만 해도···.




타네

당연하죠, 저를 용서해선 안 돼요, 간수님. 저는 용서받지 않는 게 목적이었어요. 이제 제 목적이 이뤄졌어요. 정말 감사해요, 간수님.




에스

용서받지 않는 게 목적, 이라···어렵네요. ···무어, 당신이 만족한다면 된 거려나요.




타네

그럼요, 이제 전 모두가 될 수 있어요. 저는 모두인 거예요. 이 세상 모두가 저인 거예요. 그걸 간수님이 인정해줬어요. 저도 저, 제가 죽인 사람들도 저, 벤미르 사람들도, 간수님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저예요. 제 꿈이 이뤄졌어요. 간수님이 그걸 인정해 줬어요.




에스

네···? ···모두가, 나츠키 씨라뇨···그게, 무슨···.




타네

그러니까, 제가···70억 명, 아니 80억 명인가요? 어느 쪽이라도 상관 없죠. 아무튼, 제가 80억 명의 사람들 모두를 대변하는 거예요. 저는 모두이고, 간수님도 그 모두 안에 들어가 있어요. 간수님이 그걸 본인의 판단 기준 하에, 본인의 손으로, 직접, 인정해 주신 거잖아요? 아하하, 하하하, 아하하하···. 믿고 있었어요, 간수님. 믿고 있었어요, 저는요.




에스

네···? ···조현병이라도 있으신 게 아니라면, 헛소리는 그만해 주시겠어요? 모두가 당신이라니요. 비현실적이잖아요? 저만 해도, 이렇게 제 의지로 움직이는데.




타네

(에스의 눈을 들여다 보며.) 저는 그런 병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저는 명백히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간수님. 간수님은 물론 간수님이죠. 그렇지만 결국 간수님을 상징하는 것도 저예요. 저는 인간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기로 했으니까요.




에스

인간을 상징하는 존재? 어째서죠? 아니, 애초에 인간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게 무슨···.




타네

간수님이 인정해 주셨잖아요? 저는 모든 인간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조금 간단할까요? 그러니까, 간수님이 저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결정내리신 건, 모든 인간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예요. 저, 정말 기뻐요. 간수님이 제 생각을 인정해 주셨어요.




에스

어째서, 당신이 멋대로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거죠?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은···무슨 권리로 인간을 대표하고, 또 무슨 증거로 스스로가 모든 인간이라고 결정짓는 거죠?




타네

그렇게 되기로, 처음부터 마음먹었으니까요. 간수님, 기억나세요? 1심에서 제가, 쓰레기가 되기로 결심했다, 라고 말했잖아요. 그거예요. 저는 제가 쓰레기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 삶을 바쳤어요.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 제 모든 걸 바꿨어요. 그게 지금 결실을 맺은 거예요. 제 노력을 알아봐 주셔서, 정말 기뻐요. 간수님.




에스

(···?) 당신이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닐 텐데요.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보세요. 쓰레기라는 것의 증명이라니. 당신의 말대로라면 모든 인간은 쓰레기라는 헛소리인가요?




타네

그럼요, 모든 인간은 쓰레기예요. 누구도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누구도 저를 좋아하지 않아요. 누구도 저를 이해하지 않아요. 누구도 저를 칭찬하지 않아요. 누구도 저를 용서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누구도 인간을 사랑하지 않아요. 누구도 인간을 좋아하지 않아요. 누구도 인간을 이해하지 않아요. 누구도 인간을 칭찬하지 않아요. 누구도 인간을 용서하지 않아요. 그야 간수님이, 저를 용서하지 않으셨으니까. 용서받지 못한 더러운 쓰레기를 세상 누가 상냥하게 대하겠어요? 그러니까 저, 마음 놓고 망가질 수 있는 거예요. 망가져도 되는 거예요. 전부, 전부 사라져. 쓰레기가 쓰레기와 함께 손을 맞잡고, 우글우글한 쓰레기 더미에 뒤섞여, 쓰레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미워하고, 쓰레기답게 죽어버려요. 정말 이상적인 광경이에요. 제가 원하던 거예요. 모든 사람은 죽어야 해요. 고마워요, 간수님. 정말 고마워요. 이걸 위해서 평생 노력해 온 거겠죠,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노력한 거겠죠. 저, 인생에서 제일 행복해요. 정말 고마워요, 간수님. 정말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맙다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요. (중얼중얼.) (현실을 보라는 간수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




에스

···모든 인간의 파멸을 바란다···? 같은 건가요? (푸하핫!) 나쁘지 않네요, 당신. 그래, 인간으로 인해 이 모든 혼돈이 초래되는 거니까.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서로 상처만 줄 뿐이니까. 차라리, 사라져 버리는 것도··· 아아, 죄송해요. ···방금 건, 잊어 주시겠어요? ···아무튼, 그게···당신의 사상, 인 걸까요.




타네

역시 간수님은 인정해주실 줄 알았어요, 역시, 알고 있었어요···. 저를 아무것도 없는 사람으로 만든 인간이라는 종족을. 용서하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간수님.




에스

멋대로 감사해하지 마시죠. 제 2심때는, 제가 다른 판결을 내릴 수도 있어요. ···당신을 아무것도 없는 사람으로 만든···? 그게, 무슨 말이죠?




타네

제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거, 기억하시죠? 저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야 모두 빼앗겼으니까. 가족도, 선생님도, 무언가를 가질 권리도, 누군가를 사랑할 자유도.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었던 거죠.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아무것도 없었어요. 제가, 저를 아무것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죠.




에스

···복잡하네요. 모두 빼앗겼다면, 누구에게?




타네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빼앗겼죠. 저는 괴물이었고, 모두가 괴물이었어요.




에스

모두에게? ······하여간 난해하네요, 당신이란 인간은.




[ 심문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




에스

슬슬 끝인가요.




타네

그럼요, 저를 그렇게 만든 존재가 있고, 그렇게 되기로 결심했으니까요. 아, 심문이 끝났나요.




에스

네에. 수고하셨어요.




타네

이제 뭘 하는 건가요. 저번처럼, 심상 추출을 하나요?




에스

네에~ 아프지는 않으니까 안심하세요.




타네

좋아요, 안심하는 거,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요. 좋다는 건 사실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에스

자아, 그러면 죄수번호 6번, 나츠키 타네. 당신의 죄를 노래하세요.